2009년 10월 25일
1025 무거운 가방
헉헉거리며 산에 올랐다. 옆에는 엄청나게 무거운, 약 20kg 정도는 족히 되지 않을까 싶은 가방을 짊어지고 말이다. 아, 실제 가방 무게는 2kg 정도 됐을 것이다. 열심히 해 보겠다고 바리바리 싸들고 온 책들이 완전 쓸모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던 전까지는. 그때는 무겁다는 생각 한번 없이 신나게 공부 하러 갔다.
눈으로 그 문구를 확인하고 나서 실망했다. 솔직히 민망하기도 했다. 왜 진작에 알지 못했을까. 진짜 사람 일이 꼬이려면 이렇게도 저렇게도 완전 베베 꼬이나보다. 어쩜어쩜 다른 데도 아니고 아침에 공부하러 가서 그 실체를 확인할 수가 있나. 내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다. 잠시 충격에 어질어질, 쏟아지는 위로의 말도 솔직히 들리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 머리에 좋다는 대나무잎차를 마셨다. 정신이 맑아지기를 바라면서. 꿈을 바라보고 온 게 잘못일까? 그게 그렇게 큰 욕심일까? 등.. 다양한 루저 문구를 써 내려가고 있는데 차 맛이 느껴진다. 처음엔 쌉싸름 한 풀맛이 나더니.. 점차 단맛이 난다. 그래. 이 바닥도 그랬다. 어찌나 그 실패라는 단어가 쌉싸름 하던지.. 말도 못한다. 죽을 것만 같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 하고.. 머리가 혼란하다. 근데 지금은 단맛이 난다. 아. 내가 혹시 실패가 익숙해 진건 아닐까. 제일 피하고 싶은 경험이 이제 익숙해지다니.. 머리가 분명 맑아진다고 했는데 더욱 복잡해진다. 에잇. 더 마셔야 겠다.
이 길이 나의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따위는 사치였다. 그저 믿고, 한길을 쭉 따라가다보면 뭔가 나올거다란 믿음 하나로 달렸다. 비록 끝가지 갔는데 return하시오,라는 문구 따위가 나와도 상관없었다. 난 정말 제대로된 1승, 그것을 원했다. 그것만을 얻기위해 다른 소망들은 다 버렸다. 하늘이 '너 너무 욕심이 많다' 라고 생각해 소원 안 들어줄까봐 그것만 빌고 또 빌었다. 그런데 이런, 이건 뼈아픈 배신이다. 이제 내가 배신해야 할 때가 온건 아닌가 생각하니 다시 속이 쓰린다. 이제 옆길 또한 봐줘야 하는 일이 생긴 것 같다. 길게 보라는 말.. 30~40대가 되어서도 이 일을 할 수 있는가. 그러기에 작가나 평범한 직장인이 더 낫지 않냐는 조언. 틀린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맞는 말은 아니다.
무거운 가방에 무거운 머리,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산을 올랐으니 2배 이상 힘이 들었을 수 밖에 없었다. 올라가면서 뭔가 정리되엇으면 하는 마음이 컸지만, 머리도 가방도 마음도, 영 가벼워지지는 않았다. 그저 산은 내게 더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시원한 공기를 내 코로 넣어주고 있었다. 틀리든 맞든 후회하든 선택은 내가 하는 거니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올해는 넘길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일단, 최선을 다해 K를 준비하겠다는 마음가짐. 정말 말뿐인 ;최선;이 아니라 규칙적으로 탑을 쌓는 노력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자리를 찾자. 그렇게 할 것이다. 또 그렇게 될 것이다.
너무 낙관하지는 말자. 인생에는 항상 변수란게 있는 거니까. 낙관도 엄청난 노력이 따른 후에야 할 수 있는 것임을 잊지 말자. 내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두려워 말자. 자꾸 말로 포장하려고 하지 말자. 흥미롭지 않은 인생은 없다. 굴곡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본능 따위는 날려버리자. 오늘을 잊지 말자. 그리고 날을 갈자. 한 번에 벨 수 있도록.
# by | 2009/10/25 06:25 | + I am me | 트랙백 | 덧글(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