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5 무거운 가방



헉헉거리며 산에 올랐다. 옆에는 엄청나게 무거운, 약 20kg 정도는 족히 되지 않을까 싶은 가방을 짊어지고 말이다. 아, 실제 가방 무게는 2kg 정도 됐을 것이다. 열심히 해 보겠다고 바리바리 싸들고 온 책들이 완전 쓸모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던 전까지는. 그때는 무겁다는 생각 한번 없이 신나게 공부 하러 갔다. 

눈으로 그 문구를 확인하고 나서 실망했다. 솔직히 민망하기도 했다. 왜 진작에 알지 못했을까. 진짜 사람 일이 꼬이려면 이렇게도 저렇게도 완전 베베 꼬이나보다. 어쩜어쩜 다른 데도 아니고 아침에 공부하러 가서 그 실체를 확인할 수가 있나. 내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다. 잠시 충격에 어질어질, 쏟아지는 위로의 말도 솔직히 들리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 머리에 좋다는 대나무잎차를 마셨다. 정신이 맑아지기를 바라면서. 꿈을 바라보고 온 게 잘못일까? 그게 그렇게 큰 욕심일까? 등.. 다양한 루저 문구를 써 내려가고 있는데 차 맛이 느껴진다. 처음엔 쌉싸름 한 풀맛이 나더니.. 점차 단맛이 난다. 그래. 이 바닥도 그랬다. 어찌나 그 실패라는 단어가 쌉싸름 하던지.. 말도 못한다. 죽을 것만 같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 하고.. 머리가 혼란하다. 근데 지금은 단맛이 난다. 아. 내가 혹시 실패가 익숙해 진건 아닐까. 제일 피하고 싶은 경험이 이제 익숙해지다니.. 머리가 분명 맑아진다고 했는데 더욱 복잡해진다. 에잇. 더 마셔야 겠다. 

이 길이 나의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따위는 사치였다. 그저 믿고, 한길을 쭉 따라가다보면 뭔가 나올거다란 믿음 하나로 달렸다. 비록 끝가지 갔는데 return하시오,라는 문구 따위가 나와도 상관없었다. 난 정말 제대로된 1승, 그것을 원했다. 그것만을 얻기위해 다른 소망들은 다 버렸다. 하늘이 '너 너무 욕심이 많다' 라고 생각해 소원 안 들어줄까봐 그것만 빌고 또 빌었다. 그런데 이런, 이건 뼈아픈 배신이다. 이제 내가 배신해야 할 때가 온건 아닌가 생각하니 다시 속이 쓰린다. 이제 옆길 또한 봐줘야 하는 일이 생긴 것 같다. 길게 보라는 말.. 30~40대가 되어서도 이 일을 할 수 있는가. 그러기에 작가나 평범한 직장인이 더 낫지 않냐는 조언. 틀린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맞는 말은 아니다. 

무거운 가방에 무거운 머리,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산을 올랐으니 2배 이상 힘이 들었을 수 밖에 없었다. 올라가면서 뭔가 정리되엇으면 하는 마음이 컸지만, 머리도 가방도 마음도, 영 가벼워지지는 않았다. 그저 산은 내게 더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시원한 공기를 내 코로 넣어주고 있었다. 틀리든 맞든 후회하든 선택은 내가 하는 거니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올해는 넘길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일단, 최선을 다해 K를 준비하겠다는 마음가짐. 정말 말뿐인 ;최선;이 아니라 규칙적으로 탑을 쌓는 노력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자리를 찾자. 그렇게 할 것이다. 또 그렇게 될 것이다. 

너무 낙관하지는 말자. 인생에는 항상 변수란게 있는 거니까. 낙관도 엄청난 노력이 따른 후에야 할 수 있는 것임을 잊지 말자. 내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두려워 말자. 자꾸 말로 포장하려고 하지 말자. 흥미롭지 않은 인생은 없다. 굴곡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본능 따위는 날려버리자. 오늘을 잊지 말자. 그리고 날을 갈자. 한 번에 벨 수 있도록.
  

by 상상그異想 | 2009/10/25 06:25 | + I am me | 트랙백 | 덧글(0)

0925 낯설다.



술을 잔뜩 먹고 선 거울 앞에 내가 낯설고.
만날 걷는 길이지만 갑자기 매일 일하는 그 곳이 낯설어 진다.
사람들이. 그리고 일들이 낯설어진다.

한 때 낯선 느낌이 싫었다. 혹자는 매일 익숙한 모든 것들이, 나의 자리가 너무나 지겹다고 뛰쳐나갔다. 익숙함이 싫어 낯섦을 찾아 나서기 위해.

항상 낯설었던 곳, 오늘은 왠지 힘이 나기도 하고 열 받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한 자리였다. 부장님은 내가 뭘 알고 있다는 듯이 폭탄선언을 요구하셨고, 계속 스트레스 받아오던 나는 '저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라는 말 한마디로 술을 먹었다. 하지 않아도 될 얘기. 그러나 꼭 한번은 하고 싶었다. 한 명을 향한, 그리고 자신은 아닐것이라고 생각하는 그 사람들에게 한 번 더.

잘한 얘기일까 고민한다. 이래도 될까 또 생각한다. 그래도 참아야 하지 않았을까 고뇌한다. 항상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만은 나도 꽤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음속에 쌓인 것은 풀어야 한다는 부장님. 아마도 우리의 고충을 조금은 알고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리 기분나쁘지 만은 않았다. 솔직히 남에게 상처 준 것 같아 마음 한 켠이 싸 했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 함께 일하는 친구를 위해, 나아가 전 AD를 위해 꼭 얘기 하고 싶었다.




by 상상그異想 | 2009/09/25 03:20 | 트랙백 | 덧글(0)

0912 재범에게 한 방 먹었다.

'다문화 사회.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으로 보아야 한다.' 각종 신문, 그리고 교과서, 캠페인 등 다양한 곳에서 외치고 있는 문구들이다. 그들과 우리,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그저 한 사람의 개인으로 인정하고 '아, 너는 그래? 나는 이런데..'라고 말하면서 서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다문화 사회로 가는 첫 걸음이다.

입으로는 그렇게 다양성을 외치면서 조금의 다른 의견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회 한 켠의 조악한 모습을 보았다. 우리는 항상 '우리'를 사랑해야만 하는가? 왜 우리는 어떤 비판이나 조금의 다른 의견도 받아들일 수 없는가? 특히 그것이 국가에 관련된 것이 됐을때,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 국가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다름을 용납하지 않는다. 물론 붉은악마의 물결을 이끌어 내며 시너지 효과를 냈던 민족주의적 성격과 같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면도 있다. 그러나 특히 외국인- 미녀들의 수다 출연진들을 포함해-들이 한국이라는 나라의 단점을 드러내려고 할 때 그 민족주의는 부정적으로 분출되게 된다. 인터넷 댓글을 통해, 그리고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 한국 비하 논란'과 같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제목으로 뉴스가 생산된다.

그렇기에 이번과 같은 상황이 특별히 새롭지는 않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그것이 올해 핫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2pm의 재범에게 쏠린 것이라는 점, 그것이 다른 점이다. 우리는 그를 좋아했다. 그렇기에 얻은 대중의 관심이 이렇게 큰 칼이 되어 다시 돌아올 지는 그도, 그리고 우리도 몰랐다. 그랬기에 분노가 폭발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노란 머리 파란 눈의 외국인도 아니고. 미국에서 자란 한국인인데 어떻게 우리 나라 얘기를 나쁘게 할 수 있는가. 사람들이 갖고 있는 민족주의적 국가관이 다시금 폭발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 우리에게 일종의 배신이라고 생각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곰곰히 생각해 본다면 그것은 배신이 아니다. 너무나 낯선 한국이란 나라에 온 아이가 있었다.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진짜 한국 싫다' 푸념을 친구에게 늘어놓았다. 그게 어떤 계기로 인해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그 때는 꼭 그가 한국을 사랑해야 할 이유도, 공인으로서 자기검열을 할 필요도 없었던 그저 '힘들었던' 시기였을 뿐이다. 그러나 이 때 약간 과장된 해석, 그리고 광분하는 대중, 거기에 이를 기정사실화 해버리고 실시간 네티즌의 반응을 체크하며 경마장 보도식 기사를 쓴 언론. 모든 요소가 딱딱 떨어지며 그렇게 그는 매국노가 되었다. 지금 얼마나 그가 한국의 대중을 위해 노력을 했으며 그동안 그로 인해 얼마나 즐거웠는지는 까맣게 잊어버린채.

생각보다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그는 등을 돌렸다. 소속사가 그의 손을 뿌리쳤든 은근히 팀을 위해서 희생하기를 강요했든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가요계, 연예계는 비즈니스이며, 안타깝지만 하나의 상품으로 인정되는 아이돌 가수를 위해 회사가 리스크를 안고 갈 수는 없는 것이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그가 돌아감으로서 우리는 다시한번 우리가 갖고있는 잘못된 민족주의적 국가관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작은 일을 눈덩이처럼 크게 만들어서 그를 절벽으로 떠 밀었지만 막상 떨어지고 나니까 대중에게는 영 싱겁게 보였을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 다문화 이해 등을 주창하지만 광적인 집단주의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가 어딘가에서 올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한국을 얕보면 얼마나 큰 코 다칠지 집단적으로 보여주려던 계기가 얼마나 우리가 조악한 사고방식으로서 사회의 폐쇠성을 드러내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즉, 재범이 떠남으로서 우리는 한 방 먹은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TV에 2pm이 나오는데 웃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고 웃고 있었던 게 바로 일주일 전이었는데,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 아이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미국으로 돌아간 재범 만큼이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그들이 또 아무렇지 않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쇼프로에 나올 수 있겠지만 나는 아마 당분간은 그들을 제대로 보기 힘들 것 같다. 

  

by 상상그異想 | 2009/09/12 22:21 | + I am me | 트랙백 | 덧글(4)

0908 불안



불안은 곧 공간을 뺏어간다.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내어줄 공간, 사람들의 가시돋힌 이야기도 너그럽게 포용할 수 있는 공간, 싫은 일도 참고 웃으며 할 수 있는 마음의 공간. 이 공간들이 사라져버리고 좁아터진 방에서 이 많은 감정들이 복작되며 서로 다툼을 일으킨다. 

그래, 생각 해보면 모든 것에 은근 욕심 있는 나지만 가지지 못한 것이라든가 내가 잠깐 없어지더라도 지나쳐왔다. 그 모든 상황을 생각하고 충돌을 일으켰다면 아마 스트레스 때문에 빼짝 말라버렸겠지. 자꾸 이러지 말자, 좀 담대해지자 소리치고 또 되내이고 그래도 '신경 끄자'해도 그 자체가 온갖 신경이 쏠려 있는 것임이 자꾸 들어나버린다. 냉정하고 비정한 사회에서 날 것의 감정을 비치는 일이 얼마나 좋지 않은 일인지 알면서도 참을 수가 없다. 그 근원은 결국.  

지금 처한 내 상황. 자꾸 똑같은 말만 내밷는 이 상황. 뚫고 나가고 싶지만 제자리 걸음 하는 것 같은 이 상황.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내 소중한 이글루스에 담아둬야 하는 상황. 이 상황들이 모이고 모여 자리를 차지하고 결국 남은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 난 그저 남의것이 아니라 내 것이 하고 싶을 뿐인데.. 예전엔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줄 몰랐다. 그리고 그게 그렇게 값진 일인지도 몰랐다. 그런 부탁 들어주며 섭섭한 소리 하는 모습도 이제 싫다. 자조적이라도 어쩔 수 없어.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작은 주문을 되뇌는 것 밖에 없다. 더 잘할 수 있어. 나아갈 길을 생각해. 모든게 다 니가 성장하기 위한 발판이 될거야. 할수 있다는, 될 수있다는 믿음 꼭 마음 깊이 새겨. 작은 일이라도 즐기자. 신경 써야 할 일들이 지금 네 손이 닿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둬. 명심해, 네 이름을 부르는 것, 그건 인기투표가 아니란다. 그런 생각을 버려.

이렇게 공간을 넓혀갈 것이다. 물론 모든 고민을 해결해 주기위해선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안다. 그럼 불안하고 바이바이 할텐데. 그때까지 도닦는다 생각하자. 이건 좋은 기회일거야. 
 

by 상상그異想 | 2009/09/08 00:46 | + I am me | 트랙백 | 덧글(0)

0703




할 말이 많아질 수록 내 손은 무뎌져 간다.
할 말이 많아질 수록 내 입도 무거워져 간다.
할 말이 많아질 수록 자꾸만 생각만 많아진다.
할 말이 많아질 수록 내 발은 무거워진다.

무거운 손, 무거운 입, 무거운 생각, 무거운 발.

by 상상그異想 | 2009/07/03 12:42 | + I am m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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