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01일
0927 서태지 심포니 공연- 서태지의 거대함.

서태지라는 거대한 생명체
'서태지는 과연 우리와 같은 사람일까?' 서태지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이다.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 가고, 친구만나서 카페에서 수다떨지도 않을 것 같은 사람. '사람 서태지'보다는 그냥 '음악가 서태지'란 칭호가 더 잘 어울릴 정도로 그의 음악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나 또한 그의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이다. 안타깝게도 서태지와 아이들이란 팀이 해체된 뒤의 음악은 나의 취향과는 조금 멀어졌다. 그의 음악적 깊이는 깊어져 갔지만 나는 따라가지 못 했다. '너에게' '이밤이 깊어가지만'과 같은 노래를 좋아했던 내게 서태지의 음악은 그저 너무 다른 취향의 음악세계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내가 서태지 심포니 공연을 보았다.
서태지라는 한국 가요계 전설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 모르는 노래도 꽤 있을텐데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도 해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가며 갔던 공연이었다. 그리고 더더군다나 로열 필하모닉과의 협연이라니 국내에서 보기 힘든 공연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서태지의 공연이 낯선 나도 큰 기대감을 가지고 공연장에 갈 수 있었다.
관객석의 가장 위에 위치한 곳, 그곳이 나의 자리였다. 그럼에도 음악의 웅장함이 그대로 전달되어 왔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함과 전자 악기의 절묘한 조화로 인해 음악이 한치의 빈 공간도 없이 꽉 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가슴이 터져나갈듯한 웅장함. 그 웅장함은 무대 뒤 멀티비전 뒤에 숨어있던 비밀 병기들, 50여명의 합창단이 나왔을 때 절정을 이루었다. 그 가운데에 톨가 카쉬프가 있었다. 소리를 모았다가 퍼뜨리며 자유자재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지휘하는 톨가 카쉬프의 모습은 또 하나의 감동이었다.
그러다 공연이 절정에 이른 순간은 역시 '시대유감'이 시작되고 부터였었다고 기억한다. '드디어!'란 생각에 벌떡 일어나 스탠딩 석에 모여있는 사람들처럼 일어서서 방방 뛰었다. 그렇게 영원, 교실이데아, 컴백홈, 난 알아요 등이 흘러나올 때 너무나 좋아 신나게 따라부르며 공연을 즐겼다. 내가 어렸을 때 그렇게나 즐겨듣고 가사 보고 따라불렀었는데. 음악으로만, TV로만 만나던 그가 지금 무대에 서 있다니 그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꼭대기에 있어서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정말 어쩜 이렇게 좋은 음악들을 만들어 냈을까. 서태지가 아니었으면 또 누가 이런 공연을 국내에서 시도할 수 있었을까. 다양한 감탄이 절로 나왔다. 특히 '영원'을 부를 때 느낀 것. 서태지의 목소리는 세월이 지난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보통 가수들은 세월이 지나면 목소리가 탁해진다든지 걸걸해져서 예전의 풋풋한 느낌을 전혀 찾아볼 수 없지만 서태지는 그렇지 않았다. 어렸을 때 청량한 목소리에 내 마음도 깨끗해 지는 것 같았던 맑고 깨끗한 음성 그대로였다. 평소에 집밖에 잘 나가지 않고 음악만 한다는 서태지의 삶이 개인에겐 조금 피곤하더라도 왜 그래야만 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는 우리를 위해서 음악을 하는,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우리들의 서태지'여야 하기 때문이다.
서태지는 그랬으면 좋겠다. 평생 좋은 음악을 우리에게 들려주는 음악가. 누구의 아빠, 누구의 남편이 아닌 그냥 서태지로서만의 삶을 사는 음악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개인의 평범한 삶도 무척 중요하지만 이건 서태지 음악을 듣고 자란 나를 위한 욕심이기에 아직까지 음악을 위한 삶을 살고 있는 서태지에게 감사한다.
+ MBC에서 녹화를 했다고 하니 꼭 TV로도 시청해야겠다. 전자기타음이 강해서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잘 들리지 않았다고 생각했었는데 TV로는 조화롭게 나오겠지. 거리는 너무 멀고, 멀티스크린은 너무 작았기에 놓친 것들은 TV로 꼭 확인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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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10/01 23:53 | + Desire is in fire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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